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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중독 : 과연 나와 상관 없는 이야기일까?
칼럼니스트  |  오진승 원장 (디에프정신건강의학과 청담점)

연말 연초에 송년회나 신년회 모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예전보다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고 하나 아직까지 우리 나라에서는 회식 자리에서 음주는 빠질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지나친 음주는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다들 아실 겁니다. 


술과 관련된 질환 중에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알코올 중독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합니다. 대부분 술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고 하면 파티를 좋아하고 화려한 인생을 사는 할리우드 배우들을 떠올리시거나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집에 술병들이 뒹굴고, 출근도 하지 않고 술만 마시면서 지내는 모습으로 떠올리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알코올 중독은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는 알코올 중독을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알코올 사용 장애라는 진단명으로 사용합니다. 


2017년 국내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국내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의 평생 유병률 12.2% 입니다. 우리 나라 인구 100명 중에 12명 정도는 평생 살면서 한번은 알코올 사용 장애에 걸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많은 분들이 예상하셨던 것 보다 높은 수치라 놀라실 것 같습니다. 알코올 사용 장애는 굉장히 흔하며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잠이 오지 않아서 매일 조금씩 술을 드시는 분들이나 회식이나 친구 모임 때마다 폭음을 하는 직장인분들도 모두 알콜 사용 장애에 걸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분들입니다. “난 매일 매일 술을 마시지는 않으니깐 괜찮아.” “한번 마실 때 소주 1병 이상은 마시지 않으니깐 난 알콜 중독은 아니지.” 전문가들의 진단기준과 다른 자신만의 기준을 내세우며 자신을 안심시키며 지속적으로 술을 드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제가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신입생 때 분위기가 아직도 생각이 납니다. 고등학교 때 억눌렸던 개성과 자유를 분출하듯이 다들 다양한 색으로 염색한 최신 유행하는 옷들을 다들 입고 학교에 왔던 일들이 생각납니다. 다들 멋있게 하고 학교에 왔지만 서먹서먹해서 강의실에는 정적과 어색함이 흘렀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런 어색한 분위기가 술집에 가서 술만 마시면 정말 모두가 친해지고 즐거워지는 분위기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다음날이면 다시 서먹서먹해져서 존대말을 하였던 것 같습니다. 대학생 때부터 친구들 모임이나 동아리에서 술자리를 마다하지 않았고 졸업해서 회식 자리에서도 술잔을 거절한 적이 한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필름이 끊겨서 전날 술자리 일이 기억이 나지 않고, 다음날 숙취에 괴로워했던 적도 있으나 술을 마시다 보면 많이 마시게 되고 술을 많이 마시면 필름이 끊기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술을 마시면서 필름이 끊기는 것 Black out 이라고 하는데, 술에 만취해서 필름이 끊긴 이유는 우리 뇌가 손상을 받아서 생기는 증상이라는 것을 저는 정신과 의사가 되어서야 알았습니다. 필름이 끊기는 일이 1-2번 정도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필름이 끊길 때까지 음주 횟수가 많아 진다면 알코올성 치매라는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영구적인 뇌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보통 치매는 70세 이상의 고령에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알코올로 인한 치매는 50대에도 흔하며 진행 속도도 굉장히 빠르고 예후도 좋지 않습니다. 제가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면 지금도 술을 많이 마시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알코올 사용 장애를 선별하는데 많이 쓰는 CAGE라는 검사를 여러분들에게 소개를 드리겠습니다.


C(cut down) : 술을 끊어야겠다 혹은 줄여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A(annoyed) : 술을 마신다고 누구에게 비난을 받아서 짜증이 나거나 괴로운 적이 있다.

G(guilty) : 술을 마시는 행동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껴본 적이 있다. 

E(eye opener) : 아침에 눈을 뜨거나 숙취를 제거하기 위해 해장술을 먹어 본적이 있다. 


이 4가지 질문 중에 2가지 이상이면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


2가지 이상이 해당이 된다면 내 음주 행위에 대해서 경각심을 가져야 하고, 스스로 조절이 안된다면 꼭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병원에 오시는 환자분들 중에 자신의 음주 행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언제든 내 의지로 술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술을 마시면 우리 뇌 속의 보상회로가 자극을 받게 되는데, 이 때 도파민이 분비가 됩니다. 술로 인하여 발생하는 도파민은 일상 생활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고 자극적인 쾌락을 줍니다. 술이 주는 쾌락에 점점 길들여지는 우리 뇌는 이제는 웬만한 자극에는 만족하지 못하고 술에 의존하게 됩니다. 


우리의 뇌의 회로가 변화되게 되면 자신의 의지만으로 술을 끊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뇌에 보상 회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술에 중독이 될 수 있습니다. 중독으로 이어지는 시간이나 양은 개인 차가 있을 수 있지만 문제 있는 음주 행위가 지속적으로 반복된다면 누구나 알코올 사용 장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술을 마시는 분들을 모두 사연이 있습니다. 우울해서 술을 마신다, 잠이 오지 않아서 마신다, 심심해서 마신다, 내가 자식 때문에 걱정이 되어서 술을 마신다, 저 녀석만 취직하고, 결혼하면 술 마실 일이 없다. 술을 마시면 단기적으로는 우울이나 불안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나 불면에 일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술이 깨면 이전보다 더 우울해지고 불안해져서 결국은 술을 찾게 되고 결국은 의존하게 됩니다. 장기적으로 술은 우울감, 불안감, 자살, 불면의 위험성을 굉장히 높입니다. 


술의 노예가 된 채 계속해서 술을 마실만한 이유를 찾으며, 자기 자신도 속이고 스스로 술마시는 이유를 찾으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게 됩니다. 우리는 누구나 알코올에 중독이 될 수 있습니다. 혹시 내가 내 주변 사람이 이런 문제가 없는지 한번쯤은 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알코올 사용 장애는 혼자서 의지로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치료가 필요한 질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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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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