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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질병 불면증
칼럼니스트  |  오진승 원장 (디에프정신건강의학과 청담점)


 일상에서 너무 바쁘고 지쳐서 주말이나 휴가 때 집에서 쉬기만 했던 기억 다들 있으실 겁니다. 오래만에 출근한 나에게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들이 뭐했어? 라고 물어보면 “그냥 잠만 잤어…” 라는 대답을 하면 왠지 내가 시간을 낭비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실 때가 있지 않나요? 그러나 잠을 자는건 절대 낭비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수면은 정말 필수적이고 어떤 시간보다 우선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시간입니다. 

 수면은 낮에 학습했던 정보를 정리하고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필요한 것은 장기 기억으로 전환을 시키는 기억을 정리하는 시간입니다. 또한 수면은 신경과 신체가 회복하는 시간이며 면역과 대사나 성장이나 온도와 에너지 보존 등 생존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할 것이 없어서 잠을 자는 것이 아니라 꼭 잠자는 시간은 내 컨디션과 기분을 유지하는데 정말 중요합니다. 

 잠이 오지 않아서 자꾸 시계를 보게 되고, 지금 자도 몇시간밖에 못 자는데 내일 회사에 출근은 어떻게 하지? 얼른 잠이 들어야될텐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정신은 더 말똥말똥해지면서 잡생각이 많아집니다. 남녀노소할 것 없이 잠이 오지 않아서 괴로웠던 경험을 다들 한번씩은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불면증으로 정신과를 찾는 분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10명 중에 3명은 수면 장애를 겪어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의학적으로 불면장애(불면증)는 잠을 잘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면의 양과 질에 현저한 불만족감이 일주일에 3일 이상,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에 진단을 내립니다. 적정 수면 시간은 보통 6-8시간 정도로 알려져 있으나 사람마다 충분하다고 느끼는 수면 시간은 개인마다 다릅니다. 태생적으로 3-4시간 정도의 수면만으로도 잘 지내는 사람(short sleeper)이 있고, 9-10시간 이상은 자야 개운한 사람(long sleeper)도 있습니다. 

 불면증이라고 하면 보통 수면의 양만 생각하게 되는데, 수면의 질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충분한 시간의 수면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피로가 풀리지 않은 느낌, 낮에 졸림 등이 있다면 수면의 질에 문제가 있는건 아닌지 의심해 봐야합니다.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먼저 불면증의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면증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우울장애, 양극성장동장애(조울증)와 같은 정신질환에 나타날 수 있으며 알코올, 카페인 섭취가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갱년기 증상, 코골이, 갑상선항진증, 위식도역류, 비염, 디스크, 근육통증 등의 신체 질환도 불면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신체질환이 불면증의 원인으로 밝혀진 경우에는 해당 질환을 먼저 치료를 해야 불면증이 치료될 수 있습니다. 불면이 있다면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불면증의 원인을 찾아보고 문제점을 교정하는 것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불면을 일으킬만한 뚜렷한 정신질환이나 신체질환이 없는데도 잠을 자지 못하는 분들도 굉장히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잠을 잘 자는 베개나 매트리스 등을 찾는 분들도 많으시지만 개인마다 체형이 다르고 편안함을 느끼는 상황은 다르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불면증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분들에게 정신과 의사들은 수면위생교육을 실시합니다. 수면위생 교육은 수면에 방해가 되는 행동들은 자제하도록 하고 수면의 질과 양을 향상시킬만한 행동이나 환경 조성을 권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선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고 일정한 시간에 기상하여야 합니다. 보통 불면증으로 고통받는 분들은 전날 잠을 잘 못잤다고 늦잠을 자거나 잠을 자지 않더라도 오전에 누워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날 잠을 설치고 못잤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정한 일정한 시간에는 일어나서 활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리 몸이 수면 리듬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에 각성하여 활동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 망가진 수면 리듬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햇빛입니다. 

 해외여행을 다녀와서 시차가 달라서 잠을 자는데 고생하셨던 경험이 다들 한번씩은 있으실겁니다. 시차적응을 도와주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햇빛입니다. 불면증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아침에 일어나서 밝은 빛에서 활동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직장인분들은 대부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자가용이나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서 출근을 하고 하루종일 건물 실내에서 근무를 하느냐고 햇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깐이라도 창문을 열고 햇빛을 본다거나 출근하지 않는 주말에 햇빛 아래에서 아침 운동을 한다면 불면증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수면에 방해가 되는 행동들도 줄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운동은 수면에 도움이 되지만 잠자리에 들기 4-5시간 전에 하는 저녁 운동은 오히려 수면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잠들기 전에 과식은 피하는 것이 좋으며, 불면증을 유발하는 카페인은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오전에만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잠이 오지 않는다고 술을 드시는 분들도 많으신데, 잠을 드는데는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수면의 질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음주를 할 경우 오히려 만성 불면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음주를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분들의 침실에 시계가 있는 경우 잠이 오지 않아서 시계를 볼 때마다 오히려 각성과 불안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시계를 보지 않거나 시계를 치우는 것도 수면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잠이 오지 않는 경우에는 침대에 계속 누워있기보다는 일어나서 은은한 조명 아래에서 부담없는 내용의 독서를 하다가 잠이 올 때 다시 침실에 들어가서 잠을 시도하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침대나 침실을 잠을 자는 공간으로만 우리 몸이 인식하게끔 조건화하기 위해서입니다. 같은 이유로 침대에서 밥을 먹거나 책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하게 된다면 오히려 침대나 침실에 들어갈 때마다 각성이 될 수 있으므로 불면증이 있으신 분이라면 삼가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수면위생교육은 바쁘게 사는 현대인이라면 정말 쉽게 실천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습니다.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는 분들은 오랜 기간 고통받아서 오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이런 수면위생교육만으로 교정이 되기 어려워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가와의 진료와 처방대로 약물을 복용한다면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약물 의존성이나 중독의 위험성은 굉장히 낮습니다. 주변의 지인이나 가족들이 복용하는 수면제를 얻어서 잠이 안올 때 복용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수면제는 불면증의 양상(초기불면, 중기불면, 말기불면)이나 개인의 특성에 따라 처방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한테는 효과가 있는 약물이 나에게는 맞지 않거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 불면증은 누구나 있는 것 아닌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이 치료가 늦어질수록 증상은 악화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치료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수면에 도움이 되는 행동이나 환경을 조성해보고도 불면증이 지속이 된다면 꼭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만나서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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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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