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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이 많이 걸리는 정신질환? 공황장애는 도대체 어떤 병이죠?
칼럼니스트  |  오진승 원장 (디에프정신건강의학과 청담점)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아직도 심하고 치료의 문턱도 높지만, 그래도 이전에 비해 많은 분들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고 계십니다. 다양한 정신 질환으로 고통을 받다가 치료를 받고 좋아졌다며 많은 유명인들이 TV프로그램에서 고백을 하는 것을 보면 정말 세상이 조금씩은 변하고 있구나 느끼기도 합니다. 다양한 정신질환들 중에서도 연예인들이 정말 힘들었다고 고백하는 공황장애는 이제는 많은 분들은 익숙하게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공황장애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시는 분이 2014년 한해 동안 9만 7천명에서 2018년, 16만 8천명으로 엄청나게 증가한 것을 보면 이런 많은 분들의 용기 있는 고백이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을 망설이고 계셨던 분들을 병원으로 이끌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 경험상 최근 몇 년 사이에 공황장애인 것 같다고 스스로 병원에 방문하시는 환자분들이 엄청 늘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데 막상 진료를 하다 보면 공황장애라고 오시는 환자분들 대부분은 공황장애가 어떤 질환이신지 모르시고 오시는 경우가 많고 병원에 방문하시는 환자분들의 많은 수가 공황장애가 아닌 우울증 등의 다른 질환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가 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우울함이 몰려와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나는 죽을 것 같은 피로감이 들어 난간에 기댔다. 핏빛과 불의 혓바닥이 검푸른 피오르와 도시를 뒤덮고 있었다. 친구들은 저 앞을 걸어갔고 나 혼자 공포에 떨었다. 자연을 관통하는 거대하고 끝없는 절규를 느꼈다.] 
 
절규라는 명작을 그린 노르웨이 출신의 화가 뭉크가 절규라는 그림과 함께 생전에 남긴 글입니다. 뭉크는 일상 생활중에서도 현기증과 신경쇠약을 자주 느꼈다고 하며, 식은 땀이 난다거나 어지러움, 죽을 것 같은 느낌 등을 받았다고 메모를 많이 남겼습니다. 뭉크는 생전에 공황장애로 고통받았을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절규라는 그림도 뭉크가 공황장애로 고통받았던 순간을 기억하며 그린 그림은 아니었을까요? 

뭉크나 많은 연예인들이 걸렸던 공황장애가 어떤 질환인지 말씀드리기 전에 먼저 공황발작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공황발작이란 환자분들에 따라서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는데, 보통 가슴 두근거림과 숨 쉬기 어려워서 과호흡 증상을 많이 호소하십니다. 이 외에도 식은 땀이 나거나, 가슴 답답함이나 통증, 어지러움이나 멍한 느낌, 속이 메쓰껍다고 느끼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공황발작이 발생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냐고 물어보면 환자분들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너무 불안하고 무서웠다고 보통 대답하십니다. 내가 이러다가 미치는 것이 아닌가? 이러다가 심장이 터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심각한 공포를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공황발작은 보통 수분 이내 짧은 시간동안 이런 증상들이 최고조로 발생하나 30분 내에 사라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공황발작은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겪을 수 있으나, 한차례 발생 이후 반복되지 않는다면 크게 걱정을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공황장애 환자분들은 공황발작이 반복되어서 나타나고 심한 경우에는 하루에도 수차례 발생하는 공황발작 때문에 심한 고통을 겪습니다. 공황발작이 없을 때에도 공황발작이 언제 다시 발생할지 몰라서 걱정하고 불안해합니다. 

공황장애는 왜 생기는 걸까요? 혹시 여러분이 집에서 자다가 깨서 화장실에 가는데 몰래 들어온 도둑을 만났다거나,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에 치일 뻔했다면 신체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심장이 두근거리고, 식은 땀이 나고 빠르게 숨을 내쉬게 될겁니다. 이런 신체의 변화가 생기는 이유는 불안이나 공포를 일으키는 위기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빨리 대처하기 위해 우리 몸의 교감 신경계가 항진되기 때문입니다. 공황장애는 교감 신경계 항진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공황장애는 위기를 불러 일으킬만한 상황이 아닌데 교감 신경계가 항진이 되는 공황발작이 생기는 질환입니다. 공황장애 환자분들은 가만히 앉아서 TV를 보거나 누워서 쉬고 있을 때, 혹은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마트에서 쇼핑을 하는 등의 상황에서 공황발작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기 상황이 아닌 평범한 일상 속에서 공황발작이 발생하기 때문에 공황발작이 없는 경우에도 환자분들은 언제 증상이 생길지 몰라 굉장히 불안해하고 외출도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환자분들은 심한 불안을 느끼며 자신이 생각하는 안전한 곳인 집이나 지인이나 가족들과 함께 있으려고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단 공황장애 치료를 시작하면 약물에 반응이 매우 좋아서 치료를 망설이며 병원을 늦게 찾아오셨던 많은 환자분들이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올걸” 하시면서 치료에 높은 만족감을 보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 혹시 내가 공황장애인가 의심이 된다면 꼭 병원에 가셔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공황장애는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생기는 질환이고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만성화되기 싶습니다.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우울증이나 알코올 중독과 같은 다른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냥 피곤해서 그랬거니, 요즘 스트레스가 많아서 그랬다고 넘어가시기 보다는 한번쯤은 병원에 가보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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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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